어느덧 발목 수술을 받은 지 한 달 하고도 1주일이 지났다.
중간중간 목발생활이 지루하고 초조해지던 시기가 있었지만 그래도 큰 문제없이 잘 지낸 것 같다.
이제 아픈건 많이 나아지고 있으니까 처음부터 작성하고 싶었던 내용, 하지만 잘 몰라서 적지 못했던, 바로 돈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우선 독일의 보험 시스템에 대해서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나도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독일의 건강보험은 공보험과 사보험으로 나뉘어 있으며 둘 중 하나는 무조건 선택하여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나름의 장단점이 있지만 사보험은 보험료가 비싼대신 의료서비스를 빠르고 잘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반면 공보험을 가지고 있는 친구 하나는 본인은 공보험으로 갈 수 있는 병원만 갈 수 있어서 너무 불편하다고 불평하는 것을 들었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사보험인데, 일반적인 독일인들이 들고 있는 한 달에 몇백 유로씩 하는 비싼 사보험이 아니라 매우 저렴한 것을 가지고 있다. 한국 유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사보험은 대부분 이런 류의 보험일 텐데, 대표적으로 마비스타와 케어컨셉이 있다. 사실 이런 회사들은 의료보험회사라고 보기는 어렵고 여행자보험에 가깝다. 여행자 보험을 길게 몇 년 가지고 있는 것이랄까? 그래서 이런 유의 보험을 들고 병원에 가면 이런 회사도 있었나? 하는 반응을 보인다. 나는 한 달에 50유로 (약 6만 원) 정도만 내고 있는데, 너무 적은 금액이라 사실 병원비를 얼마나 보장해줄지 두려워 병원에 가기가 쉽지 않았다.
발목을 다치고 처음 정형외과 갔을 때는 단순히 삔것으로 생각했었기 때문에 (발목뼈가 부러진 것을 모르고 며칠을 걸어 다녔다) 돈 걱정은 별로 안 했다. 만약 보험회사에서 커버해주지 않아도 뭐 기껏해야 100 유로면 되겠지 하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사가 MRI를 찍자고하고 수술까지 결정되면서 슬슬 두려움이 커졌다.
아, 여기서 한가지 더 덧붙여야 하는 내용은 독일은 병원에서 진료가 끝난 후 돈을 내고 집으로 오지 않는다. 의사랑 대화가 끝나면 안녕~하고 그냥 집으로 가고, 며칠 뒤에 청구서가 집으로 날아오면 계좌이체를 해야 한다. (만약 병원에서 내 보험사와 연락이 직접 가능하다면 나한테 청구서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보험회사로 보내기도 한다. )
그래서 나는 의사를 3번 만나고 MRI까지 찍은 상황에서 내가 얼마나 많은 금액을 청구받게 될지, 보험에서 커버가 될지 아무런 정보가 없었고 점차 두려운 마음이 커져 보험사로 연락을 했다.
이야기한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나: 다리 부러져서 의사 만나고 MRI 찍었고 수술 받게 되었다.
보험사: 어느 병원, 어느 의사한테 언제 받을건지 말해줘라.
나: AA병원, 닥터 BB, CC 일에 받을 거야.
보험사: 오키. 수술비는 네가 내지 말고 우리가 직접 낼 거야. 나머지 돈은 나중에 청구하고 우리가 검토해서 다 커버해줄지 말지 결정할 거야.
나: 응. 당케. 빠이
결론적으로 난 수술비는 내가 직접 내지 않았고 보험사에서 알아서 내주었다. 수술은 매우 만족스러웠는데 수술 이후 통증도 하나도 없었고 회복도 빠르며 무엇보다 수술 전후에 설명을 굉장히 친절하게 해 주었다. 병실도 2인실이고 전체적으로 서비스가 좋아 좀 고급스러운 병원으로 생각되었다. 사실 그래서 얼마나 나왔을지 너무 궁금한데 영영 모르게 될 것 같다.. 조심스레 예상해보자면 한 2,3천 유로이지 않을까 싶다. 한국돈으론 3백만 원 정도?
수술비 이외에도 많은 비용이 발생했는데 과연 이걸 다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하고 두려웠으나 결국엔 다 받아냈다! 정말 내 돈은 1유로도 안 쓰게 되었는데 내가 청구한 내역과 금액은 대충 아래와 같다.
- 정형외과 의사 방문 비용
- X-레이 촬영: 한 번에 50유로, 총 3번
- MRI 촬영: 한번 350유로
- 에어캐스트 (반깁스?), 목발: 합쳐서 200유로
- 약 및 매일 맞는 주사: 300유로
이렇게 대충 한 1000유로 정도의 돈을 우선 내가 병원에 냈고, 보험사에 영수증 모아서 제출하니 2주 정도 지나 연락이 와서 전부 커버해주겠다고 하였다. 그 후 이틀 후에 입금이 되었다!
물리치료는 이제 받기 시작해서 아직 돈도 안 냈고 청구도 안 했는데, 보험사에서 말하길 물리치료는 총 8회까지만 커버가 된다고 한다. 난 의사가 10번짜리 처방전 써줘서 10번 받을 건데, 그냥 커버 안 되는 것은 개인 사비로 운동한다 생각하고 받을 예정이다. 참고로 내가 가는 곳은 1회에 32유로였다.
요약하면, 저렴한 보험이라도 정말 아파서 병원을 가는 경우라면 웬만하면 다 보장되는 것 같다. 약값이나 보호대, 목발 등 기타 부대비용까지 모두 보장되니까 괜찮은 것 같지만 이 청구하는 과정이 번거롭고 그 사이 시간에 두려운 것은 사실이다.
안 아픈 게 제일 좋긴 하지만 혹시라도 아파서 병원 가야 하실 독일 유학생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독일에서의 일상 > 발목 골절 수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술 +42일] 발목 골절 수술 + 독일 입원 후기 part 6 (1) | 2020.03.20 |
---|---|
발목 수술 재활 물리치료 일지 (1) | 2020.03.16 |
골절 후 음주, 언제부터 얼마나? (0) | 2020.03.03 |
비골 골절 회복 기간이 사람마다 다른 이유 (1) | 2020.02.24 |
[수술 +11일] 발목 골절 수술 + 독일 입원 후기 part 5 (2) | 2020.02.18 |